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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대신 와준 새벽

새벽 3시.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책상에 앉힌다.

새벽이 좋다. 아무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맑은 머리다. 머리가 맑고 깨끗해서 뭐든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 좋은 시간에는 단점이 하나 있다. 너무 짧다는 것. 5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어느새 2시간이 가 있다.

운동 갈 시간이다. 기왕 나가는 김에 일출을 찍는다. 아니, 일출을 찍으러 나가는 김에 운동을 하는 건가? 뭐가 먼저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요즘은 조깅과 자전거를 번갈아 하고 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는 날이다. 비가 그친 건지, 또 올 건지는 모르지만, 불라복 비치를 거쳐 푸카쉘 비치로 페달을 밟는다.

운동하는 시간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인 것 같다.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될 수 있으면 지나간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생각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주로 후회스러운 일들만 떠오르니까. 그래서 되도록 미래를 생각한다.

푸카쉘 비치에 도착하니, 팬데믹 때 공사를 멈췄던 호텔이 제법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또 쓰잘데기없는 걱정이 앞선다.

화이트비치나 불라복 비치는 경사가 없어 물놀이하기에 최적이다. 그런데 푸카쉘 비치는 경사가 급하다. 호텔 손님이 많아지면 해변에 사고가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벌써 걱정하고 있다.

증명사진 한 장만 찍고 바로 돌아왔다. 지나간 일은 후회로, 오지 않은 일은 걱정으로. 그러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또 이런다.

오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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